교과교실제의 문제, 교과교실제 추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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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교실제 도입이 야심차게 발표된 것이 2009년, 벌써 햇수로 6년, 만 5년이 되었다. 그 해에 발표되었던 교과부의 계획에는 2014년, 전국의 모든 학교가 교과교실제 운영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원래 계획이야 추진 과정에서 수정과 보완이 당연하고, 애초에 5년만에 교과교실제와 같은 큰 사업을 끝내버리겠다는 목표는 무리한 감이 많았으니, 2014년 현재 이 시점에 전국의 모든 학교가 교과교실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뭐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갈수록 다른 사업들의 뒷전으로 교과교실제가 밀리는 것 같다는 모종의 분위기다. 처음 몇 년간 교과교실제 사업의 이름으로 내려오던 엄청난 예산까진 아니어도 조금씩이라도 계속 추진을 한다 치면 한 해에 학교 몇 개씩이라도 고칠 만한 돈이 내려와야 할 텐데, 그런 돈을 받았다는 학교를 요즘은 보기 어렵다. 운영비 조차 조금씩 줄다가 아예 말라버렸으니, 그런 큰 예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 예산에 밀려 정작 학교에서 교육하는 예산이 없다는 교육청이나 교육부의 하소연을 듣노라면 교과교실제 역시 그런 맥락인가보다 싶기도 하다마는, 전국의 모든 일반고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몇 천만원씩 안기고 있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사업 같은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다시 갸웃거려진다. 과연 교과교실제는 애초의 계획대로 실현될까?

교과교실제의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글인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교과교실제에 대한 걱정이다. 왜냐하면 사실 교과교실제 자체는 그대로 실현되기만 한다면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헌 집을 떠나 깨끗하고 세련되게 효율적으로 지은 새 집으로 이사 가는 일과 비슷하달까. 당장 이사가는 일이 힘들고 귀찮기 때문에, 이사가면서 두고 갈 수 밖에 없는 옛 집에 대한 향수 때문에, 안방에 앉아 진지상을 받았는데 새 집에서는 식당으로 가서 식탁에 앉아야 한다는 어르신의 불편함 때문에, 여러 가지 볼멘 소리 들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볼멘 소리는 새 집으로의 이사가 끝나고 조금만 새 집에 익숙해지면 사라질 것들. 교과교실제의 문제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물론 이 얘기는 교과교실제가 ‘제대로’ 추진되었을 때의 얘기다.)

우선 학교 측면의 문제는 대부분 관리의 문제들이다. 기존에 학년-학급으로 이어지는 관리 체제가 워낙 심플하고 효율적이었던 탓에 그 틀을 조금만 바꿔도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매시간 학생들의 출결을 체크하는 일만 해도 이전에는 일도 아니었던 것이 교과교실제 하에서는 큰 일거리가 된다. 교실의 청소나 유지보수와 관련한 관리도 마찬가지고, 학생들의 생활에 대한 관리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시간표 짜기는 얼마나 복잡해지는가. 다양한 교사들의 사정과 요구를 반영하여 공동체의 미덕을 발휘했던 과거의 시간표 짜기는 옛 일이 되고, 교사들은 그저 짜준대로 시간표를 받아들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와중에 시간표를 짜는 일과계 교사만 여러모로 힘이든다. 짜는 것 자체도 힘들고, 왜 옛날처럼 사정을 봐주지 않냐는 항의를 듣는 것도 힘들고.

하지만, 학교의 문제는 더 이상 안방에서 진지상을 받을 수 없는 어르신의 문제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교과교실제 이전의 학교는 그저 학교만을 위한 체계였던 셈이다. 사실 학년-학급으로 이어지는 체계가 연대-대대-소대로 이어지는 군대 조직과 비슷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사와 학생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는 것이 바로 교과교실제 이전 학급 중심 체제이다. 그런 체제에서 가장 편한 사람은 학교 행정가이고 나머지 교사와 학생들은 불필요한 짐을 떠맡게 된다. 학생의 출결부터 생활지도까지 무한 책임을 지게되는 담임 교사가 그러하고, 해마다 환경미화를 한다며 학교 꾸미기 노력봉사에 동원되는 교사와 학생들이 그러하다. 사실 이 모두가 원래 학교 즉 학교 행정 시스템이 했어야 할 일이다. 물론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과교실제가 행정 시스템의 확충과 개선까지 포함하고 있지는 않기에 당분간 불편할 수 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틀 자체가 이렇게 바뀌면 당연히 행정 시스템도 따라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교육부의 여러 계획들을 살펴보면 이런 부분까지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서 실천하고 있는 여러 선도 학교들의 적응기도 대부분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으니, 곧 해결이 될 영역이다.

두 번째, 교사 측면의 문제는 학교 측면 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두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먼저 적응의 문제,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기존 학급 중심 시스템의 심플함은 그 속에서 불필요한 업무를 더 맡을 수 밖에 없는 교사들도 길들여놔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계속 학급을 중심으로 사고하려고만 한다. 아이들을 상담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 하는 것도, 학급을 중심으로만 했던 이들에게 학급 체제가 사라지는 것은 대단한 불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교사들은 학급 체계가 아닌 교과교실제 체계를 경험한 적이 있다. 바로 대학에서. 그들에게 제대로 교과교실제의 비전을 알리고 목표를 공유한다면 가장 쉽게 해결 될일 이 교사들의 적응 문제다.

하지만, 또 다른 하나의 문제는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어쩌면 가장 심각한 걸림돌 일지도 모른다. 바로 학생과 학생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수업과 여전히 문제풀이를 요구하는 대입시 사이의 괴리다. 교과교실제는 근본적으로 학생을 중심으로 한 경험 중심의 수업으로 수업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데 여전히 수능을 중심으로 한 대입시의 현실은 보다 짧은 시간에 보다 많은 문제를 다루는 강의식 수업을 요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교사들이 교과교실제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상당수가 반대편으로 돌아서게 된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대입시 자체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당연한 것이 교과교실제와 대입시 변화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집단이 서로 다른 집단이 아닌 교육부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학생 측면의 문제 역시 교사 측면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교과교실제를 추진하는 학교의 아이들을 붙잡고 물어 볼 때 열이면 열 대답하는 ‘불편함’의 문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또는 가만히 자고 있으면 선생님이 바꿔 들어왔다 나갔는데, 이젠 소중한 휴식시간을 다 까먹으며 교실에서 교실로 뛰어다녀야 한다. 당장 수업 면에서나 환경면에서 큰 변화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결국 힘들어진 건 학생들 뿐. 학생들 입장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의 어려움을 줄여 주기 위한 여러 가지 고민들이 필요한 부분이다. 효과적인 동선 설계와 휴식 공간의 확충 그리고 유연한 시간표 운영까지.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빨리 교과교실제가 정착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이사한 집에 짐이 다 정리 될 때까지는 살기 불편한게 당연하니까.

학생 측면의 문제 두 번째는 사실 학교와 교사 모두를 포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바로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체성 문제다. 아이들이 과연 능동적으로 수업과 학습을 쫓아 다닐 수 있을까? 소수의 특별한 아이들이 아닌 다수 대부분의 아이들이? 결국 아이들은 기존의 학급체제 하에서 담임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알아서 자신을 챙겨야 하는 삭막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은 아닐까? 대학생들이야 성인이니 가능하다 쳐도 아이들은 아이들 아닌가?

하지만, 선진국 대부분의 학교들이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충분히 교육을 시키고 있고, 또 현재의 교육에 요구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학생의 주도성을 길러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역시 헤쳐나가야할 문제일 뿐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체계적인 상담 시스템과 학생들의 자기 역할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함께 한다면, 아이들을 재우는 교실을 아이들이 활동하는 교실로 바꿀 수 있는 게 바로 교과교실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교사, 학교 그리고 학부모는 학생들을 보다 믿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교과교실제는 학점제 학교 운영을 위한 것이다. 이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이면서도, 또 대부분의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모르고 있는 얘기다. 왜 교육부는 교과교실제와 같은 큰 사업을 벌이면서 그 사업의 핵심 목표이자 비전인 이 부분을 빼버리고 홍보하고 있을까? 안그래도 논란인데 ‘학점제’ 이야기 까지 곁들이면 논란이 더 커질까 걱정하는 걸까? 변화를 이해하기 힘든 교사와 학부모 같은 집단이 ‘학점제’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내린 걸까?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학점제를 추진할 생각이지?

물론 학점제는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중장기의 과제다. 당장 상대평가 체제를 절대평가 즉 성취평가 체제로 바꾸고 그것을 또 대입시에서 받아들이게 해야만 하는 매우 넘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또한 어려움만큼이나 매력적인 제도이기도 하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아이들을 한 학교에서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고 필수와 선택으로 수강하며 자신의 진로를 준비하는 것, 현재의 진로집중과정이 완성태가 바로 학점제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교육부는 매우 큰 그림을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교과교실제부터 성취평가제, 진로집중과정 확충, 그리고 학생부 중심 전형까지, 교육부가 그리고 있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그래도 나라 교육 전체를 고민하는 집단이 어설프진 않구나 하는 안심이 들게 끔한다.

그런데 걱정이다. 요즘 들어 그 큰 그림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만 같다. 멈춘 듯 보이는 교과교실제, 후퇴하고 있는 성취평가제, 딴 길로 새는 진로집중과정. 부디 이것이 정권(정확하게는 대통령)이 바뀐 탓이 아니기를 빌 뿐이다. 그리고 한 가지 가장 심각하게 생각되는 문제를 하나 지적하자면, 부디 교육부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을 믿어달라는 것이다. 걱정을 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솔직하고 진지하게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한다면, 그러니까 교과교실제나 성취평가제 이런 정책들이 미래의 학점제 학교와 같은 비전을 위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비전은 어떤 장점을 갖는다고 알린다면, 대부분의 교사, 학생, 학부모는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김시형_한올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