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배움의 시작

읽을 만한 교육 칼럼을 쓰기로 했다. 아산 지역에 사는 학생들과 부모님들에게 필요한 교육 정보가 되면 좋겠다. 잘 아는 거 같아도 실제로는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고 결국 혼동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입학하면 학생은 몸이 바빠진다. 수시로 진학을 생각한 학생들이 더 그렇다. 첫 시험이 끝나는 4월말 경에는 눈물을 흘리며 복도를 서성이는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이렇게 첫 단추가 잘 못 채워진다고 여겨지면 이젠 마음도 바빠진다. 3학년 1학기까지 최종 5번의 시험결과가 정해지면 가고 싶은 대학 전형에 따라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보게 된다. 그 때가 되어 자기소개서 등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게 되는 데 새삼 보낸 학창 시절이 아쉬움이 남게 된다.

이러한 아쉬움의 생생한 경험과 정보는 누구에게 전해지면 좋을까?

정작 알아야 할 고등학교 신입생과 학부모는 먼 산을 쳐다보거나 알아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

 

얼마 전 3월에 M본부 “리얼스토리의 눈”에서 사교육의 숨은 권력자 돼지엄마 이야기가 나왔다. 돼지엄마란 학원가에서 쓰이는 속어로 강사, 학원 등을 들었다 놨다 하는 리더 역할의 대표엄마를 말한단다. 따르는 무리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영향력이 결정된다고도 하는데 이 돼지엄마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란다.

​기사 댓글에 눈이 간다.

“ 이런 방송 볼 때마다 승질난다.

대치동 사교육 따라하라고 부추기는 꼴이 아닌가 싶다.

돼지엄마가 판치는 강남의 대치동!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교육의 변방..

그저….속만 뒤집힐 뿐이다.“

 

오래전 돼지엄마 비스므리한 분을 만나본 적이 있다. 한번은 내가 요청했고 그다음은 그쪽에서다. 사실 그 분은 친구 아내다. 부유한 의사 남편과 외국 유학생활도 꽤 오래했고 장녀는 영어를 잘하고 유명 초등학교부터 특목고를 통해 아빠처럼 최고의 의대로 진학했다. 만난 이유는 늦둥이 교육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고민의 첫 질문이 이 교육의 변방?에서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지 않고 있는가? 이었다. 물론 돼지엄마는 내게 많은 정보와 처방을 해주었다. 그 대부분이 우리 여건에 맞지 않았다. 이후로는 명색이 교육자인 내가 현실에 맞닿아 고민하게 되는데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싶어 어느 부모에게도 한심하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부모의 마음은 다 비슷하니까.

그 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많은 사례와 자료를 탐색하고 그래서 깨달은 내용을 교육 프로젝트로 진행하면서 많은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좋은 교육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입시정책부터 학교 교육과정까지, 해외 선진교육 사례에서 국내의 교육현실도 찾아 다녔다. 아이의 발달과정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이론서에서 실제적인 사례까지 두루 살폈다. 오랫동안 우리학교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입학해서 대학 진학까지 여러 과정과 갈등을 겪으며 그들의 성공과 실패의 직접 경험한 것은 큰 도움이 됐다. 그 후 선생님들과 직접 설계한 교육프로그램을 학교 교육에 직접 투입하면서 학생들의 바람직한 변화를 얻게 되었는데 이러한 내용이 그간 나의 갈등을 결국 해소해주었다.

2011년부터는 아산시 지자체의 도움으로 큰 교육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바로 아산스마트스쿨이다. 우리가 정한 스마트학교란 정보통신이나 IT관련으로 예상하는 의미와 달리 S는 Self-directed learning과 M은 Management의 의미와(And) Resource Team(자원 및 프로그램 개발)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오랫동안 고민한 세 가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열악한 중소도시의 일반학교에서 우수한 교육이 가능할까?”, “공부 잘하는 친구나 일류대 합격한 상위 1%의 학습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 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낼 수 있었다.

스마트스쿨에 참여한 지역 학생들은 올바른 자기이해부터 시작한다. 동시에 본인에게 적합한 학습동기, 학습방법으로 접근과 관리는 결과적으로 효과적이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그렇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이유와 방법을 찾은 학생들의 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무척 달라진다. 성적도 올라 좋지만 그보다 학생 자신의 꿈과 자세가 변화되고 자신에게 싸여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반응하게되었다. 또 그들은 우리 고장을 사랑하고 앞으로 자신이 기여해야할 구체적인 꿈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돼지엄마를 다시 만났다. 자녀문제에 대한 상담요청이었는데 의사 친구는 오래전 자녀 교육의 주변인에 머물렀고 돼지엄마의 그간 자부심으로 봐서는 엄청난 상황이었다. 이유는 자랑스러운 자녀가 미국 Boston 의과대학 4학년 여름방학으로 귀국해서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자퇴 하겠다고 했다는 거다. 나도 기가 찼지만 엄마와 딸의 얼굴을 보니 그간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한 의료봉사 단체 행사로 일 년에 한두 번씩 보면서 짧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내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해서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내가 이사와 초대할 때도 한 번도 오지 않았던 돼지엄마가 이 곳 아산을 찾아왔다. 아이와 엄마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자신의 꿈은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꿈이었고 이젠 자신의 꿈을 꾸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마침 우리 스마트스쿨이 운영하고 있던 시기여서 교육활동을 이것저것 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갔다. 얼마가 지난 후에 SNS로 연락이 왔다. 며칠 후 학교로 돌아간다는 말과 학업을 마친 후 스마트스쿨에서 자신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좋은 교육의 방법이론의 실제 적용은 교육환경에 따라 다르다. 개개인의 성향과 능력 그리고 적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게 분명해진 점은 우리가 교육의 변방에 사는 것이 아니다 라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좋은 환경과 조건과 그리고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렇게 만나는 첫 글에서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님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다. Ready to Learn이란 책에서 “Relationship are the foundation of learning”이란 말이다. 좋은 배움의 첫걸음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교와의 신뢰 높은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다양한 관계 안에서 학생의 올바른 역할은 뇌의 구조와 기능 발달에 중심역할(central role)을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올바른 배움의 시작은 강남 대치동이 아닌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아산에서 지금 시작하고 있다.

 

 

 

 

 

한올고등학교 박준호 교감선생님